영암 돼지 농장 이주 노동자 사망 사건, '집단 괴롭힘' 의혹 확산…경찰·노동부 수사 착수 숨진 20대 네팔 국적 노동자, 동료들 "농장주 지속적 폭언·폭행 있었다" 증언 박철홍 기자 chelho7442@naver.com |
2025년 04월 10일(목) 14: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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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 사망사건을 수사중인 영암경찰서. ⓒ 영암경찰서 |
사건은 지난 2월, 영암군에서 차로 약 30분 떨어진 외딴 산자락에 위치한 돼지 농장에서 발생했다. 이곳에서 일하던 28세의 네팔 국적 이주 노동자 손 씨가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 손 씨의 사망 원인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알려진 가운데, 동료 이주 노동자들은 손 씨가 사망 전 농장주로부터 심각한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해당 농장에서 근무했던 다수의 이주 노동자들은 "일하는 동안 농장주의 끊임없는 폭언과 폭행에 시달렸으며, 부당한 대우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일도 빈번했다"고 입을 모아 증언하고 있다. 이들은 또한 농장 내에서 겪었던 부당한 일들을 외부에 발설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야 했다고 밝혀, 농장 내부에 공포 분위기가 만연했음을 시사했다.
경찰 수사 결과, 농장주가 노동자들을 협박하여 근로 계약 내용을 불리하게 수정하는 등 강요 혐의가 일부 확인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경찰은 지난 3일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현재 강요 혐의와는 별개로 농장주의 폭행 혐의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역시 이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당 농장에서 근무했던 21명의 이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농장주의 폭언 및 폭행 여부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노동부는 피해자들의 진술을 확보하고 관련 증거를 수집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해당 농장주는 동료들 간의 불안감 때문에 숨진 노동자가 힘들어했던 것이라며, 자신에게 제기된 폭행 등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농장주는 노동자 사망의 책임을 동료들에게 돌리는 듯한 태도를 보여, 공분을 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전남 지역 이주 노동자 인권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증거 인멸의 우려가 명백하다"며 농장주를 즉각 구속하고, 해당 농장에서 근무했던 모든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주 노동자들이 겪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철홍 기자 chelho7442@naver.com